우연하게 "박하경 여행기"를 봤다. 보는 내내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매일 출퇴근이 여행이지만...
이런 생각을 들게 만들었으니, 꽤 성공적인 콘텐츠이다.
내용을 모르는 분들을 위해 사~알~짝 얘기를 하면,
고등학교 국어 선생인 박하경은 토요일에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오는 게 취미 혹은 그녀만의 시간을 때우는 방법이다.
이런 거다. 여행을 가고 싶지만 길게 가기는 싫다. 애인을 사귀고 싶지만 감정싸움은 신물 난다. 어디로 떠나고 싶지만 침대에서 쉬고 싶다. 이런 생각들을 하는 평범한 사람 박하경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은 이나영 님이 열연했다. 그래서 더 몰입했을 수도 있다.
그녀는 여행을 하면서, 평소에는 좀처럼 마주칠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난다. 절에서 묵언 수행하는 사람, 군산에서 예술을 하는 옛 제자, 어린 시절에 좋아했던 만화가 등.
영화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연주(한예리)와 만나는 장면이다.
연주는 예술을 하기 위해서 군산에 내려왔다. 그리고 그녀는 춤을 추며,
으라파 라구라구
라는 정체불명의 언어를 외친다. 그러면서 점점 목소리가 작아지면서 자신이 없어 보인다. 마지막에 하경을 향해 "으라파 라구라구"라고 외쳤을 때, 하경은 연주를 향해 "으라파 라구라구" 라고 답하며 응원을 해주는 장면에서 뭉클하더라.
이 영화는 화려한 배경도 없고, 캐릭터를 포장하지도 않는다. 대사도 일상적이다. 그래서 보는 내내 편했다.
걷고 먹고 멍 때릴 수 있다면
어딘가로 무심코 떠나고 그곳에서 누구나 먹는 음식을 먹고, 멍하니 누구나 보는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인생" 이지 않을까?
하루하루 지내면서 때때로 사라져 버리고 싶을 때, 여력이 없을 때, 하루 정도는 그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가고 싶은 대로 가는 것도 괜찮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다.
아무리 바빠도 하루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추신. 영화를 보는 내내 이나영님의 연기와 미모에 감탄을 하게 된다. 원빈이 부럽더라.
0 Comments: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