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동네 벼룩시장이 열리는 날이다. 아침부터 비가 왔기에, 오늘 열릴까? 하는 마음으로 산책 겸 방문했다.
벼룩시장이 열리지 않아도, 내가 사는 곳에서 공원까지 바로 이어지기에., 그리고 매우 이쁜 길이기에., 산책만 해도 좋다.
공원에 도착하니, 시장이 열렸지만, 사람이 없었다.
장사하시는 분도 많지 않았고, 구경하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12시면 사람이 많아야 하는데, 걱정이야."
"그러게 지난주에는 사람 많았는데, 이 시간에 이리 없다면, 오늘 장사 다했네."
벼룩시장은 동네 주민들끼리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교환하는 취지도 있지만, 위의 대화처럼 장사하시는 분들도 대거 참여한다.
어찌 됐든, 난 우리 동네 벼룩시장을 좋아한다. 오래된 물건과 사람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낡고 오래되어 보잘 것 없어 보이는 것도, 여기서는 현재의 것이고, 지금 이 시간의 것이 된다. 그리고 새로운 주인을 잘 찾아가기도 한다.
지난주, 여느 때처럼 벼룩시장을 구경하고 있었다.
"총각~* 여기 신발 신어봐 봐. 이쁠 거야."
(총각? 어멋, 할머니가 사람 볼 줄 아시네...)
신발은 그리 낡지 않은 컨버스였다. 그리고 재질이 가죽이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동묘와 빈티지 가게에서 훈련을 해온 나는 스킬을 시전 했다.
마음에 들지 않은 척, 무심경하게 말했다.
"할머니, 저 신발 많아요."
"신어만 봐봐. 맞으면 싸게 줄게."
신발이 마치 나를 기다린 것처럼 발에 척 달라붙었다.
"잘 맞네! 거봐 내가 맞을 것 같았어. 5천 원만 줘."
스킬은 온대 간대 없이, 5천 원이 떠나갔다.
빈티지한 물건을 산다는 것은 아무도 사용하지 않은 새로운 물건을 산다는 것에 비하면 좋을 수야 없다. 그렇지만 새로운 물건과 비교할 수 없는 감성이 존재한다.
저 신발은 할머니의 빠른 퇴근을 원하는 눈빛으로 인해, 감정에 휘둘려서 내가 구매한 것도 있지만, 분명 누군가의 이야기가 깃든 신발일 거다.
그리고, 세컨핸즈 시장을 애용하면, 돈도 절약되는 장점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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