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암동을 산책하다가 "청운 문학 도서관"에 들렸다. 일부만 쉬는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없었다.
인왕산과 북악산 사이 청운동에 위치한 청운 문학 도서관은 한옥으로 만들어진 공간이다.
"독서와 사색, 휴식의 공간을 제공하는 최초 한옥공공도서관"이라는 설명에 딱 맞다.
산으로 둘러싸여서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렇게 좋은 곳이 평일이라 사람이 적었다.
"도서관은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
일반적으로 도서관이라 하면 북적북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라의 발전을 위한 공공재의 쓰임새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철학자면서 교육자인 우치다 다쓰루의 생각은 다르다. 그가 쓴 책의 제목에 그의 생각이 담겨 있다.
"도서관은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
도서관은 경제적 효율성과 거리가 멀어야 한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책만 가지고 있어서도 안된다.
도서관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베스트셀러를 두는 것보다는 앞으로 읽어야 할 책들을 두고 압박을 해야 하는 곳이어야 한다.
소위 베스트셀러라는 것들이 전부 내용이 좋아서 그런 건 아니지 않은가? 가치가 없어도 인기만으로도 베스트셀러가 된다.
책은 사고 파는 대상이 아니다. 선물이다.
어느새부턴가 나도 책을 사지는 않는다. 대신 구독을 한다. 누구 말마 따라 나이를 생각해야 해서 무거운 책을 지니고 다니는 것보다 태블릿만 들고 다니면서 읽는 것을 선호한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태블릿을 펴고 책을 보는 그 장소가 나에게는 도서관이다. 사람이 많아야 도서관의 쓰임새가 있는 게 아니라는 거다. 도서관의 주인은 "책"이다.
도서관에 가면 아날로그의 느낌과 모래 속에서 진주를 찾아내는 그 느낌을 선사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나를 기다리는 운명이 찾아오는 시간이 된다. 그래서 신비한 장소이다.
청운 문학 도서관에는 사람이 없었지만, 책은 있었다. 그리고 이번엔 아쉽게도 운명적인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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